삶 / 김용택 by 그루터기

내가 가는 길에
눈길 가 닿을 티끌 하나
겁먹은 삭정이 하나
두지 마라

  - 김용택, 『그래서 당신中 -

마주함..
그 눈빛 가득함..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 랜터 윌슨 스미스 by 그루터기

어느 날 페르시아의 왕이 신하들에게
마음이 슬플 때는 기쁘게
기쁠 때는 슬프게 만드는 물건을 가져올 것을 명령했다.

신하들은 밤새 모여 앉아 토론한 끝에
마침내 반지 하나를 왕에게 바쳤다.
왕은 반지에 적힌 글귀를 읽고는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만족해 했다.
반지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슬픔이 그대의 삶으로 밀려와 마음을 흔들고
소중한 것들을 쓸어가 버릴 때면
그대 가슴에 대고 다만 말하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행운이 그대에게 미소 짓고 기쁨과 환희로 가득할 때
근심 없는 날들이 스쳐갈 때면
세속적인 것들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이 진실을 조용히 가슴에 새기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 류시화 엮음,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中 -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누구의 책임인가.. by 그루터기

한 책에서 읽은 대목이다. 그대로 인용해 본다.

4.19 혁명 이후 방종에 가까운 시민들의 자유 구가가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상황 속에서도 물리적인 힘에 의한 질서 유지보다 시민들에게 자율적 각성의 시간을 주려고 했다던 장면의 회고가 기억에 남는다. (이하는 장면의 회고 중 인용된 구절임)

연일 계속되는 데모로 인해 사회가 혼란에 빠졌지만 민주당이 집권한 후 집권 전의 공약을 위배할 수가 없었다. 내각책임제를 실시하면서 국민의 자유를 박탈하고 독재적인 수법으로 정권을 유지한다면 이는 국민을 배신하는 것밖에 다른 변명이 있을 수 없다. 우리는 혼란기라 해서 국민을 배신할 수 없었다. 정권을 잡은 우리로서 무슨 핑계로든 계엄령을 선포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총검에 의한 외형적 질서' 보다도 '자유 바탕 위의 질서'가 진정한 민주적 질서라고 믿었기에 오랫동안 자유당 정권 하에 억눌렸던 국민들이 자유가 허락된 이 때에 쌓이고 쌓였던 울분을 한 번은 마음 껏 발산시키기고 나서야 가라앉을 것은 어찌할 수 없는 뻔한 일이라고 보았기 때문에 은인자중한 것이다. 

국민이 열망하던 자유를 한 번 주어보자는 것이 민주당 정부의 이념이었다. 갈수록 혼란을 더해가는 사회 상황 속에서 우리는 철권으로 억압하는 대신 시간으로 다스리고자 했다. 귀와 입으로 배운 자유를 몸으로 배우게 하려는 의도였다. 이론과 학설로 배운 자유는 혼란을 일으키지만 경험으로 체득한 자유는 진정한 민주주의의 단단한 초석이 되는 것이다. 자유가 베푼 혼란과 부작용에 스스로 혐오를 느낄 때 진실한 자유를 얻는 것이다.                                              

      - 우리 역사 최전선, pp.126-127 中 -

자율의 이름은 참으로 멋져 보이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여전히 우리들에게는 낯설어 보인다. 너무나 무능해 보이기 때문이다. 무언가 되어가는 듯한 것들이 없어 보인다. 혼란만 있고 보이는 결과물들이 없다. 그래서 답답해 한다. 고속의 경제 성장을 해온 우리에게 자율이라는 이름은 그래서 어쩌면 상당히 힘든 이름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여전히 자율을 바라면서도 불도저 식의 과감하고 추진력있는(?) 정권을 탄생시킨 것도 모자라 이 정권의 브레이크를 밟을 수 있는 최소한의 여력도 여지없이 무시해 버렸으니 말이다. 그런데 참으로 아이러니컬 하게도 국민들은 이런 정권에 대해 브레이크를 걸었다. 스스로 촛불을 들고 거리로 달려나왔다.

그런데 결과는 참으로 우습다. 집권여당은 의회 민주주의 절차를 운운하며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은 여당의 정책을 정당하게 추진하는 것이라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올 해보궐선거의 참패를 보면서도 여전히 그들이 차지한 거대 다수의 의석은 굳건하게 서 있다는 그들의 수적 논리는 권력을 차지한 이들이 보여주는 명분의 휘황찬란함을 여지없이 드러내준다. 대중의 광장은 법치에 어긋나는 불법행위로 인정될 수 없다는 것 또한 그들의 의회 민주주의 명분을 더욱 반짝이게 한다. 그러나 결국 여기까지 온 것은 국민의 선택. 곧 경제 발전에 대한 무한 신뢰를 바탕으로 역대 최다 득표를 한 현재의 정부와 연이은 총선에서 역시 과반을 훨신 웃도는 몰표를 던져주면서 그 정부에 보다 확고한 권력을 심어준 국민의 선택 아니었나.

그렇다면 이 모든 선택의 결과는 결국 고스란히 국민의 책임이 아니겠는가. 이 또한 무능이 싫어 선택한 국민의 자율적인 선택이라면 이 자율이 가져온 타의적인 강압과 지도에 한 번 치를 떨어보는 것도 좋은 것 아닐까. 자유가 베푼 혼란과 부작용에 스스로 혐오를 느껴보는 것. 그래서 자조섞인 희망일까. 언젠가는 또 한 번의 변화를 겪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같은 것이라고 할까. 경험으로 체득한 자유가 단단한 민주주의의 초석이 된다는 것을..

 


박형준, 이장욱 엮음, 걸었던 자리마다 별이 빛나다 : 이야기.. by 그루터기



박형준, 이장욱 엮음, 창비시선 300 기념시선집,  걸었던 자리마다 별이 빛나다,  창비, 2009.


우리가 창비시선 300번을 맞아 '사람'을 주제로 선택한 것은 시가 대화여야 한다는 소박한 생각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인간은 태어난 이래로 타인과 교류하면서 생성된 또다른 자아와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공동체를 이루고 그 속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주체를 만들어갑니다. "시인의 기능은 시적 상태를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 속에 그것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발레리) ... 즉 하나의 개성이 아니라 다양한 개성 속에서 우리들이 만지고 보는 사물과 만나는 인간들이 다른 깊이를 가지고 있음을 느기는 것, 그렇게 생성된 리듬이 시적 대화의 출발입니다.   - 엮은이의 말 (154쪽) -

어린 시절 외할머니를 통해서 듣던 이야기를 떠올려 본다. 이야기 하나에 울고 웃고 즐거워했던, 그리고 잠을 청했던 시절... 그러나 어느 순간 삶 속에서 이야기가 사라져 버렸음을 문득 떠올린다. 마음을 달래주고, 마음을 녹여주고, 마음을 이어주는 이야기 대신에 차갑고, 계산적이고, 이해타산적이고, 위선적인 말들의 묶음이 난무하는 지금이다. 이러한 말들 가운데서 휴식처를 얻기란 그리 쉽지 않은 법이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내어보일 만한 공간,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수용할 만한 공간 더불어 타자의 존재를 온전하게 받아들일 만한 공간이 자리하기에 턱없이 비좁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의 이야기가 문득 떠올랐던 이유는 이러한 공간의 턱없음과 크게 대조되면서 외할머니의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가 되고, 나와 외할머니가 함께 자리하는 공감의 큰 공간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아직 시를 많이 접해보지는 못했지만, 시를 읽는 다는 것은 짧은 이야기들을 작은 노래처럼 들어보면서 최소한의 공간을 내어보도록 하는 작은 출발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짧은 언어에 담긴 긴 여운을 듣기 위해서는 빠르게만 스쳐 지나갈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울고 웃으며 아파하고 기뻐할 수 있는 그 공간에로의 참여는 삶에의 대화, 결국 나를 보게 하면서 동시에 타자를 보게 하는 감정적 공감대를 이어주고, 보이지 않는 느낌, 그 말없음의 이야기를 활짝 열어줄 수 있을 것이다. 여기 '사람'을 주제로 엮어놓은 시들을 통해 이러한 느낌을 조금이나마 가질 수 있다면 큰 소득이 아닐 수 없다. 또하나의 소득이 있다면 여러 시인들과 나누는 대화 속에서 알지 못했던 시인들과의 만남을 열어 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저 느낌 와 닿는대로 그 시인의 대화 속으로 들어 갈 수 있다면 또 하나의 이야기를 얻는 셈이니까.




산그늘 / 박규리 by 그루터기

먼산바라기만 하던 스님도
바람난 강아지며 늙은 산고양이도
달포째 돌아오지 않는다
자기 누울 묏자리밖에 모르는 늙은 보살 따라
죄 없는 돌소나무밭 돌멩이를 일궜다
문득,
호미 긑에 찍히는 얼굴들
절집 생활 몇년이면 나도
그만 이 산그늘에 마음 부릴 만도 하건만,
속세 떠난 절 있기나 한가
미움도 고이면 맛난 정이 든다더니
결코 용서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사람들이
하필 그리워져서
눈물 찔끔 떨구는 참 맑은 겨울날

      - 박형준, 이장욱 엮음, 『걸었던 자리마다 별이 빛나다中 -


미워도 다시 한 번..
사람 내음..
그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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