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대한민국.. by 그루터기

군 입대 동기 녀석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받고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삶이란 게 이런거라는 걸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는 건..
역시 살아있는 사람은 계속 살아야 한다는 거..
그게 어떤 삶이든지 간에 살아야 한다는 거였다..
그러나 여기서 다시 하나 뼈저리게 느낀 것은 그 삶이 어떠하든지 간에 대한민국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었다..
아니 대한민국이라 그 어떤 삶을 살아야만 할지도 모른다..

소중한 사람의 죽음으로 인한 동기 녀석의 슬픔이 겹쳐 오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간 제대로 못 봤던 동기들의 얼굴을 보며 웃을 수 있고 이야기할 수 있고 옛 시절을 떠올릴 수 있었다는 건..
장례식장에서 펼쳐지는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겠다..

그랬다. 한 켠의 죽음을 곁에 두고 우리는 삶을 이야기했다.
그것도 대한민국에서 펼쳐지는 삶을..
기억에 남는 동기가 둘이 있다.
하나는 어느 작은 회사에 다시 취업해서 연수과정을 하고 있는 동기고..
다른 하나는 그간 해왔던 공무원 시험을 포기했다가 다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려는 동기이다..

연수과정을 하고 있는 동기가 말했다..
    세상에는 인재가 너무 많다..
    모 유명대학을 나와서 공무원 7급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게 대한민국이라고..
    나머지 대학 출신은 어디를 가야하냐고.. 이게 대한민국이라고..
우스개소리로 푸념을 늘어놓는 그 동기의 웃음이 마냥 즐거워 보이지만은 않는다..

공무원 시험을 다시 준비하려는 동기가 말했다..
     군 전역 후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모아둔 돈은 다 써가고..
     바라는 합격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뒷바라지 해 주는 부모님 얼굴 보는 것도 어려워지고..
     웃고 있지만 이건 제대로 웃고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보다 몸과 마음이 지치더라고..
역시나 웃으면서 '다시 공무원준비 할려고'라고 말하는 그 동기의 웃음 역시 즐거운 웃음이 아닌 건 분명한 듯하다..

여기는 대한민국이다..
어찌 어찌해도 삶을 살아가야만 하는..
죽음을 맞이해서 슬픔을 나누기 위해 찾아간 장례식장에서 삶을 보며 희망을 말하기에는..
역시 무언가 씁쓸함이 묻어나는 곳..
여기는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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