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그늘 / 박규리 by 그루터기

먼산바라기만 하던 스님도
바람난 강아지며 늙은 산고양이도
달포째 돌아오지 않는다
자기 누울 묏자리밖에 모르는 늙은 보살 따라
죄 없는 돌소나무밭 돌멩이를 일궜다
문득,
호미 긑에 찍히는 얼굴들
절집 생활 몇년이면 나도
그만 이 산그늘에 마음 부릴 만도 하건만,
속세 떠난 절 있기나 한가
미움도 고이면 맛난 정이 든다더니
결코 용서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사람들이
하필 그리워져서
눈물 찔끔 떨구는 참 맑은 겨울날

      - 박형준, 이장욱 엮음, 『걸었던 자리마다 별이 빛나다中 -


미워도 다시 한 번..
사람 내음..
그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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