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에 대한 예배 / 황지우 by 그루터기

학교 뒷산 산책하다, 반성하는 자세로,
눈발 뒤집어쓴 소나무, 그 아래에서
오늘 나는 한 사람을 용서하고
내려왔다. 내가 내 품격을 위해서
너를 포기하는 것이 아닌,
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것이
나를 이렇게 휘어지게 할지라도.
제 자세를 흐트리지 않고
이 地表 위에서 가장 기품 있는
建木; 소나무, 머리에 눈을 털며
잠시 진저리친다.

        - 김용택 엮음, 『시가 내게로 왔다中 -


김용택은 이렇게 덧붙였다. 

이 오만함과 당당함이라니, 황지우 대단하다. 시인이 무릇 이래야 하느니. 
삶이여, 오, 날마다 진저리쳐지는 살아 있음의 모욕이여. 
눈 들어 앞산 오래된 소나무를 바라본다. 
그리고 휘어진 내 삶의 한 구석을 한겨울의 솔바람소리로 쭈욱 펴며
쌓인 눈을 턴다. 이 진저리쳐지는 진저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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