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야, 그건 사랑이었네 : 행복 발전소.. by 그루터기













  한비야,  그건 사랑이었네,  푸른숲,  2009.


전 책에서는 세상을 돌아다니는 바람의 딸이나 구호팀장인 여전사로서맹활약하는 현장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이번 책에서는 고단한 여행과 위험한 재난 현장에서 돌아와 한숨 돌리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 ... 그렇게 다 털어놓고나니 알 수 있었다. 세상과 나를 움직이는 게 무엇인지 보였다. 세상을 향한, 여러분을 향한, 그리고 자신을 향한 내 마음 가장 밑바닥에 무엇이 있는지도 또렷하게 보였다. 그건 사랑이었다. (8-9쪽)

한비야의 글을 두 번째로 읽었다. 나와 같은 사람과는 뭔가 다른 사람, 뭔가 특별하고 대단해 보이는 사람인 한비야가 이번엔 솔직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하니 궁금하기도 했고, 뭔가 나의 마음을 꿈틀거리게 하는 그녀의 글을 다시금 접해 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기 때문이었다. 읽고 나니 한비야가 보여주는 자신의 솔직한 내면의 마음도 짚어볼 수 있었고, 역시나 뭔가 내 마음을 꿈틀거리게 하는 잔잔하면서도 여운 깊은 파도 물결을 맞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아깝지 않다. 참.. 잘 읽었다.

한비야의 글이 주는 가장 큰 매력은 행복발전소와 같이 솟아나는 기쁨과 열정의 힘이다. 그리고 그 매력은 내겐 가장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다시 되돌아 오는 듯한 느낌이지만 그래서 내게 가장 큰 매력일까.. 

행복의 조건이 순전히 외부에서만 오는 걸까? 외부에서 그 조건이 오지 않으면 우리는 절대 행복해질 수 없는 걸까? 나는 아니라고 믿는다. 바깥에서 어떤 종류의 힘이 가해지는 그것을 내 안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꿔 스스로 행복의 조건을 만들면 되는 것라고 믿는다. 이름하여 마음 속에 '행복발전소'가 있으면 되는 것이다. (64쪽) 내 안에 무엇이 들어와도 바꿔주는 '행복발전소', 그리고 일상의 사소한 일들을 행복으로 느끼게 하는 '행복센서' 이 두가지를 마음 속에 두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다. 우리 동네 떡집 할머니의 작은 칭찬, 베트남 복권 파는 아이의 씩씩한 희망, 그리고 집바브웨의 라면 한 봉지 같은 사소한 행복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 정도는 누구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은가? 그것도 아주 가뿐하게! (68쪽)

한비야가 주는 행복발전소의 매력은 거짓이 없이 솔직하고 진실된 그녀의 삶을 그대로 닮아 있기 때문에 더욱 크게 다가온다. 이전에는 그녀의 진실된 모습을 현장에서 찾았다면 이번에는 그녀의 내재적 모습에서도 찾을 수 있다. 자기 스스로  이러한 행복발전소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삶의 고된 순간도 맞부닥뜨리는 열정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일기장에 적으며 어금니를 악물었다. "어떻게 하든 참고 견디자. 이 고비는 반드시 넘어갈 것이고 나는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106쪽) 혹시 당신도 내 친구처럼 인생의 오르막길이 힘겨워 그만둘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는가? 내 경험상, 안간힘을 쓰며 붙들고 있던 끈을 '나, 이제 그만 할래' 하고 놓아버리면 그 순간은 고통에서 해방되는 것 같지만 곧이어 찾아오는 '포기의 고통'은 더욱 깊고 오래갔다. 어쩌면 그 어려움이 마지막 고비였을지도 모르는데, 그것만 넘었으면 문이 열렸을지 모르는데, 하면서 후회막심이다. 돌이킬 수 없기에 그 후회는 더 뼈아프다. 그러니 젖 먹던 힘까지 내서 한발짝만 더 가보는 거다. 이제 정말 그만 하고 싶을 때 한 번만 더 해보는 거다. 딱 한 번만 더 두드려 보는 거다. (108-109쪽)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나는 위에서 말한 모든 몸부림을 치고 있는 중이다. 자, 어떤가? 여러분도 머리르 때리는 글이 아니라 가슴을 때리는 글이 쓰고 싶은가? 그래서 기꺼이 이런 몸부림을 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 몸부림이 달콤한 고통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건투를 빈다. 내게도 건투를 빌어주시길. (117쪽)

맺을 수 없는 사랑을 하고 견딜 수 없는 아픔을 견디며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고 이룰 수 없는 꿈을 꾸자.  언제나 내 마음을 설레게 하는 <돈키호테>의 내용이다. 대단히 비현실적이고 비이성적인 말이지만 나는 이것이 젊음의 실체라고 생각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와 도전, 무모하리만치 크고 높은 꿈, 그리고 거기에 온 몸을 던져 불사르는 뜨거운 열정이 바로 젊음의 본질이자 특권이다. 이 눈부신 젊음의 특권을 그냥 놓아버리겠다는 말인가. (152쪽)

이러한 열정은 현실에서도 희망과 꿈을 포기하지 않고 더욱 성장해나가도록 북돋아 준다. 이러한 성장이 절대 얄밉게 보이지 않는 것은 그녀의 성장이 자기 자신의 영역에 국한된 성공, 물질 불리기와 같은 수준 낮은 것들이 아니라는 것에서 나온다. 언제나 남을 향한 시선을 가지고 있고, 특히나 그 시선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향하고 있으며,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시선에 도움을 주는 자로서, 도움을 이끌어 내는 자로서의 우월한 위치가 엿보이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한비야의 성장, 성숙이 얄밉지 않게 해주는 그것, 한비야의 고백 따라 그녀를 움직이게 하는 그것, 세상을 향한, 사람을 향한, 그리고 자신을 향한 마음 가장 밑바닥에 있는 그것은 바로.. 사랑이었다. 사랑을 읽어서 행복했다.





EBS <아기성장보고서> 제작팀, 아기성장보고서 : 풍성한 생명으로 생명을.. by 그루터기












  EBS <아기성장보고서> 제작팀,  아기성장보고서,  예담,  2009.


세상의 모든 아기의 엄마라면, 꼭 알아야 할 행복한 육아의 키워드 10!

하나. 엄마와의 접촉이 아기의 두뇌를 만든다.
두울. 온몸으로 세상을 배우는 아기, 마음껏 움직이게 하라.
세엣. 아기는 과학자로 태어난다.
네엣. 두되발달은 생후 3년간의 경험으로 결정된다.
다섯. 아기 두뇌발달에 가장 좋은 자극은 칭찬이다.
여섯. 엄마와의 안정된 관계는 인간관계의 원형이다.
일곱.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야말로 아기 생애 최고의 선물이다.
여덟. 아기의 언어습득은 자궁에서부터 시작된다.
아홉. 말 잘하는 아이로 키우려면 아기의 대화상대가 되라.
여얼. 내 아이의 기질을 이해하는 것이 최상의 양육법이다. 

                                                                                  - 뒷표지에서 -

나에게 이런 날이 올 줄이야. 삶은 그래서 살아봐야 하는 것 같다. 막상 새로운 생명이 선물로 다가오니 모든 것이 새로워 보인다. 그리고 문득 들었던 생각은 내가 생각이상으로 어린 아기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 그저 무지함 그 자체라는 사실이었다. 또 다른 생명을 자신의 몸에 직접 품지 못하고, 생명의 신비로움을 몸으로 함께 직접 겪지 못하는 남성이라는 신체적 제한에서 비롯한 무관심이었을 수도 있었겠다는 위안을 던져 보면서도 뒷맛은 개운치 않다. 그런 면에서 이 책에서 아기와의 가장 중요한 대상으로 엄마를 선정하고, 모든 이야기를 '엄마'라는 존재를 중심으로 풀어내려가는 것에 대해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해 보면서도 한편으로는 '아빠'도 분명 아기에게 중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떠올리면서 약간의 아쉬움 내지는 조그마한 불평을 던져본다.

어찌되었든 그 무지함을 달래기 위해서 구입한 첫 번째 책이다. 나 스스로도 놀란 초짜 부모의 마음인 듯... EBS 다큐멘터리였다는 사실만으로 신뢰감을 듬뿍 갖고 구입했다. 사실 최근들어 EBS에서 괜찮은 다큐멘터리 작품들이 방영되는 것을 보고 간간히 시청을 하곤 했다. 아이의 사생활, 동과 서 - 사고구조, 상상에 빠지다, 녹색혁명 등등. 다큐멘터리의 내용도 실제적인 실험과 관찰, 전문가들의 참여와 조언들, 다양한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어서 내용에 대해 신뢰를 할 수 있었다. 이런 다큐멘터리 작품들을 통해 유용한 정보들을 많이 얻었기 때문에 마음 편안히 구입하고 읽어내려 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나같은 사람도 이렇게 반응을 하고 인식을 해서인지 최근에 다큐멘터리 작품을 영상자료로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기록자료로, 보다 대중적인 자료인 책으로 출판하는 경향이 생겨난 듯하다. 

아기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놀라운 생명력을 접할 때마다, 읽어갈 때마다 신비로움을 감출 수가 없다. 나중에 태어났을 때 아기와 함께 어떤 일을 겪어갈지, 그 때에는 신비로움이 아니라 어떤 실제적인 이야기를 적어내려갈지 지금은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현재 엄마 배 속에 있는 이 조그만 아기가 가진 생명력의 놀라움이다. 그 생명력을 헤아려 보고 이 생명력을 더욱 아름답게 가꾸어갈 수 있게 하는 것이 다름아닌 부모의 생명력이라는 사실을 짚어보면서 아기에 대한 두근거림과 설레임을 갖게 해 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내용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생명은 생명으로 살고, 또 다른 생명과 더불어 깊은 만남, 관계를 일구어 갈 때 그 아름다움이 더해질 수 있다. 부모가 풍성한 생명으로 아기의 생명을 대할 수 있을 만큼의 준비가 분명 필요하다. 이건 내 삶을 뒤바꾸는 새로운 경험이다.  






벼랑아래로, 날개를 펼치다.. by 그루터기

천길 벼랑 끝 100미터 전.
하느님이 날 밀어내신다. 나를 긴장시키려고 그러시나?
10미터 전 계속 밀어내신다. 이제 곧 그만두시겠지.
1미터 전. 더 나아갈 데가 없는데 설마 더 미시진 않을 거야.
벼랑 끝. 아니야, 하느님이 날 벼랑 아래로 떨어뜨릴 리가 없어.
내가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너무나 잘 아실 테니까.
그러나, 하느님은
벼랑 끝자락에 간신히 서 있는 나를 아래로 밀어내셨다.
.....

그 때야 알았다.
나에게 날개가 있다는 것을.

                             - 한비야, 그건, 사랑이었네』, 푸른숲, 89쪽 -

뛰어내려라..
벼랑 아래로..
날개가 펼쳐질테니..





참으로 놀랍고 아름다운 일.. by 그루터기

아빠의 마음도 분주합니다. 아빠는 아기가 이 세상에 태어난다는 놀랍고 아름다운 일을 엄마와 함께 경험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먼저 아빠가 된 선배와 친구들에게 그럴 수 있는 방법을 물어 보았다가 웃음거리만 됩니다. 그런 어려운 일은 여자들이 다 알아서 할 일이고, 남자들이 할 일은 아주 쉬운 일밖에 없다나요. 그것이 바로 믿음직스러운 아빠가 되는 길이랍니다. 먼저 아빠가 된 친구는 그 이야기를 매우 쉽게 했기 때문에 아빠는 덩달아서 믿음직스러운 아빠가 되는 일을 쉽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그것은 아빠를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아빠는 믿음직스러운 것이 무엇인가를 알기 위해 문에 보이는 모든 것을 믿음직스러운 것과 믿음직스럽지 못한 것으로 구별해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아빠가 출근했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골목의 모퉁이에는 어린이 놀이터가 있습니다. 그곳에는 아이들이 온종일 놀아도 심심하지 않을 만큼 여러 가지 놀이틀이 있습니다. 더러 손잡이가 빠진 시소와 한쪽 줄이 끊어진 그네도 있습니다. 아빠는 어쩌면 아이가 그 그네에 올라서서 푸른 하늘을 향해 힘껏 무릎을 구부렸다 펼 때 그 줄이 끊어졌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이미 지난 일이건만 등에 식은땀이 납니다. 아빠는 하나의 줄 끊어진 그네 때문에 놀이터의 다른 모든 놀이틀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뚜껑이 허술하게 덮인 맨홀에 사람이 빠져 죽었다는 신문 기사를 아빠는 읽었습니다. 그 기사는 아주 작았고 어떤 신문에는 숫제 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그 일은 대단한 일이 아닌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맨홀은 어느 길에나 있습니다. 아빠네 동네의 길에도 있습니다. 사람을 삼킨 하나의 맨홀 때문에 모든 길이 아빠에게는 믿음직스럽지가 못합니다. 아빠는 또 사람을 치고 뺑소니친 차와, 어린이를 꾀어내 감춰 놓고는 부모한테 돈을 달라고 한 사람에 대한 얘기도 듣습니다. 하나의 뺑소니차와 한 명의 나쁜 사람 때문에 수많은 차와 수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아빠에게는 믿음직스럽지가 못합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아빠는 어릴 적부터 하늘의 별을 헤기를 좋아했습니다. 그러나 어른이 되고 너무 바쁘다 보니 그 일을 잊고 지냈습니다. 어느 날, 아기와 함께 별을 헬 수 있기를 바라고 우러러본 하늘에는 별이 없었습니다. 아빠가 사는 도시에서는 하늘의 별을 볼 수 없게 된 지가 오래됐다는 것을 아빠는 그제야 깨닫습니다. 그것은 별이 없어져서가 아니라 흐린 유리가 눈을 가리듯이, 흐린 공기가 가렸기 때문이란 사실을 알고 난 아빠에게는 숨쉬는 공기조차도 믿음직스럽지 못합니다. 냄새나고 더러운 강물을 보자 아빠는 수돗물도 믿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아기는 이 세상을 믿기 때문에 이 세상에 태어나려 하고 있건만, 이 세상에는 믿을 수 없는 것 천지입니다. 만일 아기가 자라면서 그러한 것을 알게 된다면, 아기는 이 세상에 괜히 태어났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이 세상에 괜히 태어났다고 생각하면서 자라는 아기는 얼마나 불쌍한 아기일까? 그런 아기의 아빠는 얼마나 못난 아빠일까? 생각만 해도 부끄럽고 부끄러워 아빠는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이 세상에 괜히 태어났다고 생각하면서 자라느니 차라리 안 태어나느니만 못하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그러나 아기는 이미 이 세상을 향해 출발한 뒤입니다. 아빠는 아기가 오지 못하게 막는 방법을 모릅니다. 그 방법을 다 알고 있다 해도 아빠는 이미 아기를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써먹지는 못할 것입니다. 가까이 오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을 가득 채워 주는 아기를 못 오게 하다니 말도 안 됩니다.

어떻게 하면 아기가 이 세상에 태어나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하게 할 수 있을까요? 아빠는 아기에게 당장 필요한 것만이라도 믿음직스럽게 고쳐 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언제 가스가 새어 들어올지 모르는 믿음직스럽지 못한 방구들을 고치고, 너무 잘 구르는 바퀴가 달린 아기 침대를 고치고, 이 세상에 대한 아기의 첫인상이 될 방 안의 벽지도 밝고 아름다운 것으로 바꾸고, 위험하거나 고장이 잘 나는 장간남은 없나, 해로운 그림책은 없나 살핍니다. 집 안의 모든 것이 믿음직스러워졌다고 생각한 아빠는 어느 날 놀이터의 그네도 고쳤습니다. 장차 우리 아기가 탈거라고 생각하니까 집 안의 것을 고치는 것처럼 튼튼하게 고칠 수가 있었습니다.

모든 것은 만드는 방법이 다른 것처럼 고치는 방법도 달랐습니다. 그러나 고치는 마음은 한결같았습니다. 우리 아기가 믿을 수 있는 것으로, 우리 아기가 마음에 드는 것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아기에 대한 사랑 말입니다. 아마 처음부터 그런 마음으로 만든 것이라면 고칠 필요도 없겠지요. 그래서 아빠는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마음이야말로 이 세상을 믿고 살 수 있게 하는 힘이라고. 다행이도 이 세상에는 줄이 끊어진 그네보다는 튼튼한 그네가 더 많고, 뚜껑 열린 맨홀보다는 뚜껑 덮인 맨홀이 훨씬 더 많으니 믿음직스러운 것이 믿음직스럽지 못한 것보다 훨씬 더 많다는 생각도 아빠는 할 수가 있었습니다.

아빠의 사랑하는 마음은 다른 사랑하는 마음을 믿게 되고, 이제 아빠는 아기를 이 세상에 맞이하는 것이 두렵지 않습니다. 아무리 아빠가 아기를 사랑해도 다른 사랑하는 마음을 믿지 못했으면, 여전히 아기를 이 세상에 마중하는 일을 아빠는 망설이고 두려워했을 것입니다. 아빠가 아기를 마음놓고 마중하고, 마음놓고 사랑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랑하는 마음들에 대해 새롭게 눈뜨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그것은 놀랍고 아름다운 발견이었습니다. 마침내 아빠는 아기가 이 세상에 태어난다는 놀랍고 아름다운 일을 엄마와 함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박완서, "참으로 놀랍고 아름다운 일", 보시니 참 좋았다』,이가서, 148-156 -




 


왜사냐건 웃지요.. by 그루터기

부모님이 다녀가셨다..
오전, 오후 세미나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겨우 얼굴 잠깐 마주했는데 이내 내려가셨다..
집에는 쌀, 사과와 복숭아, 고구마, 김치, 찬거리들이 남겨졌다..
문득 묘한 기분이 가슴 속으로 들어왔다..

오후 세미나 시간에는 어느 한 분의 실존적 고뇌를 우스개소리처럼 나누었다..
신수난설은 정통이고 성부수난설은 이단이라는 대목에서 나온 한 목사님의 이야기..
이런 논의들이 현실 교회에서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가라는 내용에서 시작되어..
작은 교회를 개척하며 목회하고 있는 현실과 전혀 뒷받침해 주지 않는 교단의 문제..
한국교회의 여러 문제들과 그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한 작은 목회자의 고충이 산발적으로 튀어나왔다..

먹고살기 바쁜 현실에서 목회자도 예외는 아니고..
기독교는 갈수록 인정을 받고 있지 못하며..
공부는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 공부가 모든 것의 답이 될 수 없다는 현실..
이에 덧붙여 공부에 대한 기쁨만을 누리며 시간을 들이고 즐기기에는..
역시나 여러 가지 속상한 실존의 무게가 만만치 않은 지금..

재미있게도 오후 세미나의 마지막 결론은 오늘 내가 발제하지 못한..
나머지 영문 논문 3편에 대한 정리..
한쪽에는 추석에 내려가지도 못하고 부모님께서 올라오셔서 살림살이에 보태라고 얹어주신 것들이..
한쪽에는 여전히 인내심과 능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것들이..

왜사냐건.. 웃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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